빈 화면으로 시작 (꿈에서 깨어나면 기억이 없는 상태를 비유) 커서를 움직이면 감춰져있던 이미지, 글자 등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각 이미지들은 기억 조각이다. 각 이미지를 누르면 선명한 원래 이미지와 그 기억에 대한 설명 텍스트가 새로운 화면에서 뜬다.
이미지들은 일상 사진, 물건 등과 더불어 뉴스 보도 이미지, 국사 책에 나올만한 역사적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이 위계 없이 나열된 모습을 보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좋아하는 문장이지만, 역사를 ‘잊는다’라는 표현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러니해진다. 나에게는 애초에 6.25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잊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받은 역사 교육을 통해 역사적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의 기억에는 없지만 교육을 통해 민족의 역사적 기억을 물려받는 셈이다. 개인의 기억은 어떠한가? 6.25에 대한 기억이 없듯이, 보통 5살 이전의 기억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은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가족 사진 등을 통해 유추할 뿐이다.
결국 기억에는 없지만 구전되어온 이야기(역사 사술), 과거의 자료 등을 증거물로 삼아 역사, 과거의 사건들을 유추하고 그에 따라 현시점 우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은 동일 선상에 있다.